요양의 오두막 : 쓴맛과 비꼼

 

깊은 밤, 오두막 안에는 바싹 마른 약초 향이 은은히 퍼졌다. 들보에 걸린 약초 다발들이 조용히 흔들리고, 그 쓴 기운이 공기를 채우고 있다. 벽난로 옆에서는 불꽃이 부드럽게 일렁이고, 나무로 된 잔에는 끓는 약탕이 가늘게 김을 내고 있었다.

 

잔잔히 그 김을 응시하고 있는 소년은, 갈색 피부를 가진 코르스였다. 짐승의 귀를 살짝 움직이며, 그는 말없이 그 잔을 집어 들고 침대에 누운 소녀에게 다가갔다.

 

“자고 있는 척 말고, 마셔.”

 

코르스의 말에, 담요에 푹 싸인 소녀——라크스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붉은 눈동자가 천틈새로 경계하듯 그를 노려보았다.

 

“냄새가 지독하댔더니, 약초였냐…?”

 

낮고 쉰 목소리엔 아직 열기가 배어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며, 잔을 밀쳐내려는 듯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코르스의 움직임은 빨랐다. 그는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어 라크스의 턱을 받쳐 들고, 곧장 잔 가장자리를 그녀의 입술에 갖다 댔다. 저항할 틈도 없이, 쓴맛이 섞인 액체가 그녀의 입안으로 흘러들어갔다.

 

“으…큭! 컥! 이 자식……!”

 

본능적으로 약을 삼킨 라크스는 심하게 기침을 터뜨렸다. 눈을 가늘게 뜨고, 혀를 내밀며 얼굴을 찡그렸다.

 

“…… 뭘 넣은 거야……완전 쓰고, 맛없잖아…….”

 

"효과 좋은 약일수록, 쓰기 마련이지."

 

코르스는 태연한 표정으로 약이 반쯤 남은 잔을 옆에 내려놓았다. 그의 얼굴에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그저 당연하다는 듯,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표정이었다.

 

 

“……독 같은 건 넣지 않았겠지…?”

 

라크스는 혀로 입 안을 훑으며 뱉듯 말했다.

 

"독이라면 일부러 깨우지 않고 벌써 먹였을 거야."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하는 코르스의 눈은, 모닥불 속에서 은은히 타오르는 숯불처럼 고요했다. 라크스는 짜증 섞인 듯 눈을 가늘게 뜨고는, 담요를 어깨까지 끌어당겨 몸을 웅크렸다.

 

“젠장… 자는 사이에 덮쳐서 약을 억지로 먹이다니, 참 좋은 취미를 가졌구만…”

 

“취미로 간병하는 게 아니야.”

 

그 대답은 너무도 즉각적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디선가 마음에 걸렸다.
의무도 아니고, 호의도 아니었다.
그저 ‘간병’이라 부르기엔 너무 무심한 행동.
그 이면에 숨겨진 의도를 가늠하지 못한 라크스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럼 냅두라고.”

 

담요에 얼굴을 반쯤 파묻은 채, 그녀는 낮게 중얼거렸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에는 피로와 짜증이 뒤섞여 있었다.

 

“말했잖아. 시체를 방치하는 취미도 없어.”

 

코르스는 모닥불에 장작을 덧들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탁’ 하고 불꽃이 튀는 소리가 들렸다.

라크스는 담요 안에서 눈빛만 드러낸 채, 상대의 속내를 떠보듯 바라보았다.

 

“……이딴 거 금방 나아서, 당장 나가주지……”

 

마치 지기 싫다는 듯이 내뱉은 그 목소리엔,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아직 열이 가라앉지 않은 채, 오로지 오기로만 버티고 있다는 게 그 말투에서 뚜렷이 느껴졌다.

 

"그래 그래. 나가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제대로 걷게 된 다음에 말이지."

 

코르스는 끝까지 담담한 말투를 유지했다. 하지만 장작을 더하는 손길에는 어딘가 정성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숲속 오두막의 밤은 깊어갔다. 약초 향기가 짙어지고, 모닥불 불빛이 벽에 흔들리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가운데, 두 사람의 침묵만이 말 대신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