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타오르는 밤：이별과 재회

 

새벽이 밝기 전, 오두막은 숨조차 쉴 수 없을 만큼 깊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
난로의 불은 이미 오래전에 재로 변해 있었고, 돌로 쌓인 바닥에는 옅은 연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공기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얗게 김이 맺혔다.

돌돌 만 담요 속에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던 코르스가, 살며시 몸을 움직이며 천천히 눈을 떴다.

아직 아침의 기운조차 멀기만 하다. 창가에 스며든 희미한 빛이 천장의 들보에 흐릿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코르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한 쪽 팔을 뻗었다. 손끝이 바닥에 닿자, 서늘한 감촉이 피부를 타고 스며들었다.

 

그리고 문득 고개를 들었다. 시선의 끝── 침대는 비어 있었다.

 

겹겹이 덮인 담요는 어지럽혀져 있었지만,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누군가가 조용히 떠난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베개에 손을 대보니, 아직 희미하게 온기가 느껴졌다.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나무 탁자 위에 시선이 멈췄다. 그곳에는 구운 생선의 뼈 한 가닥이 정성스레 놓여 있었다.

껍질도 살도, 말끔하게 먹어치운 흔적이었다.

 

코르스는 무심코 한숨을 내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참, 깨끗하게도 먹었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꼬치를 집어 조심스레 옆에 내려놓았다.
문은 단단히 닫혀 있었고, 마루에도 흐트러진 흔적은 없었다.
오직 정리된 침구와 다 먹은 흔적만이, 그녀가 이 오두막을 떠났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소리도 말도 없는 그 조용한 출발은, 묘하게도 그녀답게 느껴졌다.

 

코르스는 이불을 옆으로 밀어내고 어깨를 으쓱하고 나지막이 말했다.

"……기운을 차렸으면…… 그걸로 됐어."

 

◆

 

노을이 물든 강가.
수면은 바람에 흔들리며 붉게 물든 하늘을 비추고 있다.
코르스는 강가의 바위 위에 앉아, 능숙한 손놀림으로 낚싯줄을 드리웠다.
발치에는 잡은 두 마리의 물고기가 바위 위에 놓여, 조용히 물기를 떨구고 있었다.

 

숲을 지나가는 바람이 나뭇잎을 살짝 스치고, 귀를 기울이면 멀리서 들려오는 벌레 소리가 어렴풋이 울려 퍼진다.

 

그 순간이었다──

 

바스락──

 

등 뒤에서 잎사귀을 헤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코르스의 눈에, 하나의 그림자가 들어왔다.

 

숲 속 덤불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그 드래곤 소녀──라크스였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한 손엔 천으로 감싼 커다란 짐을 안고 있었다.
천 끝에서는 손질된 멧돼지 고기가 무겁게 드러나 있었다.
금빛 머리카락엔 몇 장의 마른 잎이 엉켜 있었고, 옷은 군데군데 찢어져 흙과 긁힌 자국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꿋꿋이 걸어와, 그의 눈앞에 멈춰 섰다.

 

"……어이, 낚시 성과는 어때?"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약간 목이 잠긴 듯했다.

 

코르스는 한동안 말을 잃고 그녀를 바라봤다.

 

"……너…어…"

 

겨우 짜낸 말보다 먼저, 라크스는 무심하게 짐을 내밀었다.

 

"은혜를 갚는단 거야. 네 생선보단 씹는 맛이 있을걸?"

 

코르스는 그것을 받으며, 조용히 그녀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눈은 조금 붉어져 있었고, 몸 여기저기에 피로가 묻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서 있는 모습엔, 어딘가 후련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돌아온 거냐?"

 

그의 질문에, 라크스는 코웃음을 쳤다.

 

"뭐?  ‘돌아온’ 게 아냐, ‘와준’ 거라고."

 

시선을 일부러 피하며 말하는 그 목소리에는, 어딘가 쑥스러움을 감추려는 듯 어색했다.

 

"아직 빚은 남았어. 당분간은…… 갚으러 올 테니까."

 

코르스는 시선을 내리며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렇냐."

 

라크스는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옆의 바위에 앉았다.

 

"불 좀 피워봐. 일부러 가지고 왔으니까, 같이 구워 먹자."

 

"……네가 직접 피울 수 있잖아."

 

"피우긴 하는데 말야…… 너무 태워버려. 새까맣게 타거나, 덜 익거나, 둘 중 하나야."

 

코르스는 어깨를 으쓱이고, 코웃음을 치며 묵묵히 일어나 강가에 돌멩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라크스도,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장작을 모으기 시작했다.

말 없이 함께 손을 움직이며, 어느덧 충분한 장작과 돌이 모이자, 두 사람은 그제야 동작을 멈췄다.

 

코르스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모은 돌들을 사용해 모닥불의 자리를 준비했다.

라크스는 그의 곁에 앉아 말없이 그의 손길을 지켜보았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코르스가 불을 피우는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돌을 쌓아 불을 붙일 준비를 마치자, 장작이 ‘파직’ 하는 소리를 내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주황빛 불꽃이 두 사람을 부드럽게 비추었고, 그 따스함이 서서히 퍼져 나갔다.

 

라크스는 조용히 그 곁에서 지켜보며, 눈을 떼지 않고 코르스의 손길을 응시하고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그 고요한 작업 속에서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가 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길은 안정되었고, 장작이 힘차게 타오르며 ‘파직’하는 소리를 냈다.
희미한 주황빛이 흔들리며 두 사람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말이 없어도, 그 불꽃의 온기가 두 사람 사이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그것만으로, 지금은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