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한낮 : 도전과 틈새
한낮의 부드러운 햇살이 오두막 앞에 펼쳐진 풀밭에 스며들고 있었다. 햇살은 풀잎 끝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온화한 바람이 나뭇잎을 조용히 흔들었다. 잎사귀가 스치는 소리는 멀리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과 어우러져,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선율을 이루었다. 바람은 따스함을 실어 나르며, 젖은 풀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햇살이 내려앉은 풀잎 위에서는 작은 이슬방울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라크스는 오두막 벽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팔짱을 낀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겉보기엔 느긋해 보이면서도 숲 너머를 응시하는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금빛 머리카락은 잠에서 막 깬 듯 흐트러져 제멋대로 솟아 있었고, 용의 꼬리는 지친 듯 땅바닥을 끌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은 이따금 무의식적으로 땅 위의 작은 돌을 톡톡 건드리고 있었다.
이윽고, 풀을 밟는 가벼운 발소리가 가까워져 왔다. 코르스였다. 그의 손에는 작은 자루가 들려 있었고, 그 안에서 무엇인가가 희미하게 꿈틀거리는 기척이 전해졌다. 축축한 풀을 밟는 소리가 서늘하게 퍼지고, 그의 짐승 같은 귀는 바람결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어, 돌아왔구나. 오늘도 뭐 좀 건졌어? 내 몫도 기대해도 되는 거지?”
라크스의 목소리는 밝았고, 어딘가 도발적인 기운이 섞여 있었다.
코르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없이 그녀를 흘겨보았다. 그러나 입가엔 희미한 기대감이 감돌고 있었다.
“…제멋대로 집주인인 척 하는데, 넌 그냥 손님이야.”
“보통 손님은 환영받는 법이잖아?”
“그거, 며칠째 손님이 말하는 거냐.”
피식 웃으며 라크스는 몸을 일으켰다.
“자잘한 건 신경 쓰지 마. 그래서 오늘은 뭐 잡았어?”
코르스가 오두막에 다가와 자루에서 연어 두 마리를 꺼내보였다. 비늘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선명한 무지갯빛 광채가 눈길을 끌었다. 그 물고기들은 마치 조금 전까지 강속을 헤엄치고 있던 것처럼 신선하고 생기 넘쳤다.
“오~ 괜찮은데! 그걸 보니까 배가 고파지네…… 있잖아, 코르스.”
라크스가 힘차게 일어나 가슴을 펴고 말했다.
“오늘은 내가 불을 피울게.”
코르스는 잠시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네가 불을?”
“너 앞에선 처음이지. 연습은 좀 해봤어……뭐, 실패하진 않을 거야. 아마도.”
그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함께 아주 약간의 망설임이 섞여 있었다.
라크스는 난로 앞에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장작에 손을 뻗었다. 동작은 아직 익숙지 않았지만, 그만큼 더욱 신중했다. 전날 밤의 재와 미미하게 남아있는 불씨를 걷어내며 마른 장작을 정성스럽게 쌓아 올렸다. 가느다란 가지들을 사이사이에 끼우고, 부드러운 풀을 아래에 까는 손놀림은 서툴렀지만, 하나하나를 확인하며 신중히 움직이는 모습에는 실패하고 싶지 않은 강한 의지가 배어 있었다.
“……의외로 잘 하네, 그런 거.”
그 목소리에는 비꼬는 듯한 말투와 함께 어딘가 감탄하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라크스는 아무 말 없이 오두막 밖으로 나가 마른 가지들을 주워 모았다. 그리고 푸르스름한 불꽃을 손바닥에 담아 그것을 가지에 가까이 대었다. 순간, 가지가 ‘팍’ 하고 튀며 세차게 부서졌다.
“칫……역시 이렇게 되나.”
그럼에도 라크스는 포기하지 않고, 다음 가지에 불을 옮겼다. 불이 순식간에 치솟아 들끓으려 하자, 급히 가지를 옮겨 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불길을 가라앉혔다. 잠시 후, 불은 차츰 잦아들었고, 고요한 타닥타닥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불쏘시개를 손에 쥔 채, 라크스는 조심스레 벽난로 앞으로 걸어갔다. 발밑의 풀잎이 살랑살랑 소리를 내고, 햇빛이 그녀의 금발 머리에 반사되었다. 난로에 다다른 라크스는 장작더미 한가운데에 살며시 불을 놓았다.
잠시의 정적 후, 바스락 마른 소리가 울려 퍼지며 불길이 장작에 번져갔다. 부드러운 불꽃이 난로를 가득 채우고, 벽에 흔들리는 그림자 드리웠다. 차가운 공기가 서서히 녹아내리며 따뜻함이 오두막 전체에 퍼져나갔다.
“……봤지? 나도 어떻게든 한다니까?”
라크스는 코르스를 힐끗 바라보며, 긴장이 가시지 않은 입가에 자신감 어린 미소를 지었다.
코르스는 난로 앞에 앉아, 손끝으로 재를 살짝 건드렸다.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뭐, 생각보단 괜찮았네. 또 오두막째 태우는 줄 알았는데.”
라크스는 그 말에 깜짝 놀라며 돌아서서 소리쳤다.
“‘또’라니! 그런 적 한 번도 없거든!”
그 말에는 약간의 어색함과 자각이 섞인 짜증이 묻어 있었다.
코르스는 작게 웃으며 시선을 불길에 다시 돌리고, 천천히 그 자리에서 몸을 기댔다.
난로의 불과 함께 두 사람 사이에 감도는 여운은, 한낮의 오두막을 부드러운 공기로 감싸며, 조용하고도 따뜻한 시간이 흘러갔다.
곧, 고요함 속에서 코르스가 일어나 연어가 든 자루를 들고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라크스도 그 움직임을 눈치채고, 난로의 불을 힐끗 돌아보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준비가 시작된다는 기운이 두 사람 사이에 퍼져갔다. 이렇게 다시 함께, 배를 채우는 시간이 찾아왔음을 자연스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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