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밤 : 기억과 예감

 

밤의 장막이 완전히 내려앉고, 오두막의 모닥불은 푸르게 스미는 잿불만을 남겼다. 바람은 없었지만, 산속의 밤 공기는 여전히 싸늘했고, 지붕의 삐걱이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라크스는 난로 앞에 앉아 꼬리를 둥글게 말고,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씩 남아 있는 불씨가 그녀의 눈동자를 희미하게 비추었다.

 

방 한쪽, 침대 위에는 코르스가 담요를 뒤집어쓴 채 잠들어 있었다. 희미한 숨소리 사이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싫어…… 가지 마…….”

 

잠꼬대처럼 들렸지만, 그 목소리에 스며든 고통에 라크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코르스?”
그녀는 조용히 이름을 부르며 살며시 자리에 앉았다.

 

코르스의 이마에는 땀이 희미하게 맺혀 있었다. 찡그린 얼굴 그대로, 그는 여전히 악몽 속에 사로잡혀 있었다.

“……싫어…… 혼자는……”

 

잠시 머뭇거리던 라크스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의 이마에 살짝 닿았다. 차가운 피부 위로, 그녀의 따뜻한 온기가 조용히 퍼져 나갔다.

 

“…왜 그래. …내가 있잖아.”

그 말에 반응하듯, 코르스의 손이 살며시 라크스의 팔을 잡았다. 가느다란 손끝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라크스는 짧게 숨을 내쉬고, 작지만 어딘가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애 같으니라구.”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용히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코르스의 이마를 내려다보았다. 괴로운 듯한 그의 얼굴은, 어딘가 아프게 느껴졌다──.

 

“…어쩔 수 없네.”

작게 혼잣말처럼 흘러나온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라크스는 몸을 숙여 그의 이마에 입을 살포시 가져다댔다. 그 순간, 미세한 온기가 그를 감싸며, 코르스의 얼굴에 한 줄기 안도감이 스쳤다.

 

 

“괜찮아. 아무도, 어디에도 가지 않아. 적어도 난.”

라크스는 속삭이다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손끝으로 앞머리를 부드럽게 넘기며, 그의 머리를 감싸듯 다정하게 손을 얹었다. 잠든 그에게 작은 안정을 선사하는 듯 했다.

 

“……혼자인 건, 나도 썩 좋아하진 않아. …네가, 조금이라도 생각해준다면…… 그것 만으로 난 충분해.”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한 밤속에 잔잔히 퍼져갔다.

 

라크스는 그대로 그의 자는 얼굴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

 

코르스는 꿈속에서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돌아와 줘…”

 

라크스는 그 잠꼬대를 받아들이듯,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붉은 눈동자에 비치는 모닥불의 불빛이 어딘가 애잔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나를 필요로 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해.

 

그 조용한 밤은, 두 사람의 과거와 다가올 예감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흐르고 있었다。

 

동이 트기 전, 모닥불의 재는 차갑게 식어가고, 오두막엔 다시 깊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코르스의 숨결은 마침내 고요해지고, 라크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

 

아침 햇살이 조용히 오두막 안으로 스며들며, 차가운 공기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모닥불은 하얀 재로 변해 있었고, 희미한 연기가 천천히 떠올랐다.

 

담요 속은, 마치 누군가에게 지켜지고 있는 듯 따뜻했다. 옆에서 전해지는 체온이 서서히 스며들며, 얼어붙은 마음을 천천히 녹여주는 것 같았다. 발치엔 라크스의 꼬리가 몸을 감싸듯 얽혀, 부드러운 무게감이 코르스를 감쌌다. 희미한 숨결이, 가깝고도 먼 리듬으로 들려온다. 그 따스함에, 코르스는 잠시 동안 얼어붙은 악몽의 잔상을 잊을 수 있었다。

 

“…!?”

코르스는 벌떡 몸을 일으키며, 옆에 라크스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금빛 머리카락이 그의 뺨을 스치며, 그녀는 평온한 숨결을 내쉬고 있었다. 코르스는 라크스가 눈을 뜨고 작게 웃는 모습을 보고서야, 이것이 꿈이 아님을 비로소 확신했다.

“너, 너 왜 여기……”

 

코르스의 물음에, 라크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졸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벌써 아침인가. ……어젯밤, 너 잠꼬대로 엄청나게 누굴 부르고 있었어. 울 것 같아서, 좀 걱정했거든.”

 

“…잠꼬대?”

 

“응. 필사적으로 ‘가지 마’라든가 ‘돌아와’라든가…… 나 말이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라크스는 베개에 뺨을 묻었다.

 

“……꿈에서도 날 의지하다니, 좀 귀엽네.”

 

“…시끄러워!”

 

코르스는 얼굴을 휙 돌리며 담요를 끌어당겼다. 귀가 살짝 흔들리며,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 몸을 옆으로 뉘였다. 라크스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히죽 웃었다.

 

잠시의 침묵 후, 라크스가 문득 물었다.
“그래서? 무슨 꿈이었는데?”

 

“…기억 안나.”

코르스는 눈을 떨구고, 숨을 삼켰다.

 

거짓말이었다. 꿈속, 붉게 물든 땅에 쓰러진 여행자의 모습. 한때 코르스가 잡았던 따스함을 갈망하는 손이 희미하게 뻗지만 닿지 않았다. 소리쳐도 마을 사람들의 등은 차갑게 멀어져 갔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재앙을 끊는다”는 속삭임이 차가운 공기에 번져갔다. 코르스의 외침은 닿지 않고,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라크스의 질문은 고통을 어루만지듯 그의 기억을 되살렸다.

 

“……그냥, 악몽일 뿐이야.”

코르스는 손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파고드는 손톱의 통증이 현실을 되살려냈다.

 

라크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의 등을 바라보며, 살며시 숨을 내쉬었다.

“…뭐, 괜찮아. 악몽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여기 있으니까.”

 

그 말에 코르스는 숨을 삼켰다.

 

“……너 정말 뻔뻔하네.”

 

“그래? 근데 네가 꿈에서 날 불렀잖아. 인정해.”

 

“……그런 거, 몰라.”

 

“결국 네 몸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뜻아니야?”

 

“……시끄럽다고!”

코르스는 담요를 머리까지 끌어올리며 얼굴을 숨겼다. 귀가 작게 흔들리며, 숨듯이 담요 속으로 파고들었다.

 

라크스는 킥 웃으며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작은 아침의 시작에, 그 웃음소리는 조용히 불빛처럼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