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의 술렁임 : 마음의 고동

 

봄의 숲은 선명한 초록빛과 부드러운 햇살로 가득 차 있었다. 새싹이 가지마다 반짝이고, 산들바람은 풀과 꽃들의 달콤한 향을 실어 나른다. 멀리서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새들의 지저귐이 경쾌하게 퍼진다. 오두막 앞에는 눈 녹은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고, 형형색색의 꽃들이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다.

 

라크스는 오두막 앞의 쓰러진 나무 그루터기에 털썩 앉아, 한 손으로 잔디 줄기를 빙글빙글 감으며 놀고 있었다. 금빛 머리카락이 봄바람에 흔들리고, 용의 꼬리가 땅 위에서 살랑살랑 움직인다. 비늘로 덮인 푸른 손가락이 풀잎 사이를 헤집으며, 붉은 눈동자는 나무들을 바라보는 척하면서도 가끔 오두막을 힐끗거린다. 볼에는 은은한 열기가 번지고, 그녀의 가슴 속 두근거림은 감출 수 없었다.

 

“어이, 코르스! 언제까지 오두막에만 틀어박혀 있을 셈이야? ……바깥, 진짜 최고라고!”

재촉하는 목소리엔 장난스러운 즐거움이 섞여 있었다.

 

코르스는 오두막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귀가 살짝 움직이고, 손에는 약초 다발을 품에 안고 있었다. 그는 늘 그렇듯 무뚝뚝한 얼굴로 라크스를 노려보았다.
“시끄러워… 뭐야, 소란스럽게.”

 

코르스는 그루터기에 앉아 익숙한 손놀림으로 약초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라크스의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귀가 움찔움찔 움직였다. 붉은 눈동자엔 짜증이 가득했지만, 그 깊은 곳엔 묘한 동요가 스며들어 있었다.

 

라크스는 손에 들고 있던 풀을 휙 던지더니, 씩 웃으며 코르스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앉았다. 어깨를 슬쩍 기대며, 그녀의 체온이 전해졌다. 그녀의 꼬리가 코르스의 다리에 닿으며 미세하게 떨리는 움직임엔, 감춰진 마음의 소란이 담겨 있었다.

 

“있잖아, 코르스. 봄이 되니까, 가슴이 좀 두근거리지 않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라크스는 웃으며, 푸른 손가락으로 코르스의 금빛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내렸다. 비늘로 덮인 손끝의 따스함이 스치듯 전해지고, 꼬리 끝이 살짝 떨렸다. 그녀의 뺨에는 은은한 붉은 기가 스며 있었다.

 

코르스의 귀가 쫑긋 솟고, 머리를 고치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의 손끝이 닿은 감촉에 가슴이 괜히 술렁이고, 그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너, 너무 가까운거 아냐? 그리고 머리 좀 만지지 마…… 짜증나니까.”

 

“하하! 짜증난다지만, 난 너랑 있으면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말이야. ……그래도, 나쁘진 않네.”

 

라크스는 깔깔 웃으며, 코르스의 어깨에 살짝 머리를 기댔다. 그녀의 시선은 그의 손놀림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고, 금빛 머리카락이 그의 어깨 위로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열을 띈 체온이 서서히 전해지며, 코르스의 손이 순간 멈춘다. 그의 귀가 움찔하고 움직이며, 그녀의 시선에, 마음이 이상하게 요동쳤다.

 

“너, 계속 쳐다보네… 불편하게시리.”

 

“뭐야, 네 그 손 되게 능숙하잖아? 보는 거 쯤이야 괜찮잖아?”

 

라크스는 씩 웃으며, 머리를 기대고 있는 채, 자신의 손가락을 코르스의 손가락에 살짝 얽어보았다. 금세 손을 떼었지만, 장난기 어린 붉은 눈동자가 반짝였다. 코르스의 귀가 움찔했고, 금빛 머리카락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가슴 속 깊은 곳에 작은 파동이 퍼져나갔다.

 

 

“갑자기 들러붙지 마… 진짜 귀찮게.”

 

“귀찮은게 어때서? 안 떨어질 거거든!”

 

라크스는 더욱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붉은 눈으로 코르스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뜨거운 숨결과 금빛 머리카락이 코르스의 뺨을 스치고, 꼬리는 조용히 그의 발목 주위를 휘감았다. 그 움직임엔 그녀의 두근거림이 배어 있었다. 코르스는 당황해 시선을 돌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너무 가깝다고… 너, 진짜 짜증나.”

 

“하하! 안 떨어질거라니깐? 네 당황한 얼굴, 진짜 웃겨!”

 

라크스는 웃으며, 코르스의 코끝을 가볍게 톡 하고 건드렸다. 그 푸른 손끝이 그의 가슴속에 또 하나의 잔잔한 파동을 남겼다. 라크스 자신도, 이 가슴의 두근거림이 뭔지는 잘 몰랐다. 그저, 이렇게 코르스와 함꼐 있으면 왠지 즐겁고, 어딘가 따뜻했다.

 

코르스는 코를 문지르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너…… 진짜 귀찮고, 시끄러운 놈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심스럽게 주머니 속에 숨겨 두었던 뇌석을 살짝 건드렸다. 가슴속에 은근히 퍼지는 온기에, 라크스의 체온이 겹쳐져, 머릿속에서 그녀의 손끝과 웃는 얼굴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

 

오두막 안에선 난로의 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오르고 있었고, 고소한 생선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라크스는 벽난로 앞에 쪼그려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불을 조절하고 있다. 이내 코르스를 슬쩍 바라보곤, 능글맞게 웃는다.

 

“있지, 코르스. 내 불, 오늘이야 말로 완벽하지 않아?”

 

코르스는 약초 정리를 하다 불꽃을 힐끗 확인했다.

 

“안 탔으면 다행이지.”

 

“짠돌이! 자, 가까이 와서 같이 먹자고.”

 

라크스는 꼬치를 손에 들고 코르스의 옆에 털썩 앉았다. 그리곤 다시, 어깨에 살짝 몸을 기댄다. 금빛 머리카락의 감촉과 따스한 체온이 은은히 전해진다. 그녀는 생선을 베어 물고,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있잖아, 너랑 있으면 마음이 뒤숭숭한데... 그래도 왠지 마음이 편해져.”

 

코르스는 생선을 받아들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그녀의 말과 따뜻함에, 가슴속이 문득 풀어지는 듯했다.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미묘한 흔들림이 섞였다.

 

“……진정이 안 돼, 네가 가까이 있으면.”

 

난로 불이 '탁' 소리를 내며 튀었다. 봄바람처럼 둘 사이의 공기가 흔들리며 은은한 열기를 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