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풍령 : 음색과 고동
창밖에서는 여름비가 조용히 지붕을 두드리고 있었다.
며칠째 이어진 비는 숲의 향기를 짙게 물들이고, 공기에는 습기가 감돌아 무겁게 느껴졌다. 햇살은 닿지 않고,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만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라크스는 창가에 서서, 말없이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뭇잎은 물기를 머금고 반짝이며, 가지 끝에서는 작은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그 한 방울 한 방울이, 마치 시간의 감각을 서서히 멀리 밀어내는 듯했다.
방 안쪽에서 나무가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있잖아, 이렇게 비가 계속 오니까 좀 지루한데…… 뭐라도 만들어볼래?”
고개를 돌리자 코르스가 말하고 있었다.
그는 오두막 벽에 기대어 있던 나무 조각을 손에 들고, 옹이 부분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감촉을 확인하고 있었다.
“풍령(風鈴)이라든가…… 좋은 소리가 나는 거. 예전에 마을에서 본 적이 있어. 대나무나 조개껍데기, 금속 같은 걸 줄에 매달아 바람이 불면 소리가 나는 거지. 그거, 좀 동경했거든.”
코르스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이리스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잠시 기억을 더듬듯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풍령…… 응, 알아. 어렸을 때, 집 창가에 달려 있었어. 시원한 소리가 나서…… 바람이 불 때마다 맑게 울리곤 했어…… 정말 그립다.”
라크스가 슬쩍 고개를 돌려 보니, 이리스의 눈동자는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했다.
“소리로 계절을 느끼는 게… 왠지, 괜찮을 것 같아서 말이야.”
코르스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작업대 위에 도구들을 하나하나 꺼내 놓고 있었다.
그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나무 조각의 모서리를 깎기 시작했다.
“어때? 해볼래?”
“응, 만들어보고 싶어. 어떤 소리가 날지 상상만 해도 두근거려!”
이리스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잠시 숨을 가다듬듯 깊게 들이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작업대 옆에 섰다.
“야, 라크스. 너도 할거야?”
라크스는 그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난 됐어. 섬세한 작업은 내 취향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곤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잎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마음 깊은 곳, 누구에게도 건드려지길 원치 않았던 곳에까지 조용히 스며들었다.
그저 빗소리일 뿐인데, 그 울림은 어딘가 깊은 곳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듯했다.
도구 소리, 나무를 깎는 소리, 웃음 섞인 대화.
오두막 안쪽에서는 두 사람만의 온화한 시간이 분명히 흐르고 있었다.
코르스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지고, 이리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무언가 세밀한 조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했다. 두 사람의 거리는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으며, 그리고 어딘가 애틋했다.
라크스는 어깨에 닿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화가 난 건 아니었다. 그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쳤다.
'응원하고 싶다.', 그 마음은 진심이었다.
이리스와 코르스가 행복하길 바란다. 모두가 웃으며 지낼 수 있다면, 그게 최고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왜일까.
가슴 깊은 곳에 툭, 무거운 그림자가 떨어졌다. 그건 부러움인지, 외로움인지...... 아직 자신도 분간할 수 없었다.
비의 리듬에 섞여 울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울려퍼진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흐릿한 감정이 안개처럼 일렁이며 가슴을 조여왔다.
“저기, 소리가 나는 부분은 이 소재가 더 가볍고 울림이 좋지 않을까?”
이리스의 밝은 목소리에 라크스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코르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칼을 다루는 이리스의 손놀림은 아직 서툴렀지만, 코르스는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필요한 순간에만 자연스럽게 손을 보탰다.
그들의 교감에는 자연스러운 신뢰와 부드러운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자라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라크스는 조용히 일어나, 발소리를 죽인 채 방을 나선다.
처마 밑으로 나서자, 비냄새가 확 코를 찔렀다.
젖은 나무의 향기, 축축한 흙, 무겁고 잿빛 구름이 덮은 하늘.
금방이라도 천둥이 칠 것 같은 정적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역시 난, 서툰 놈인 거겠지.”
툭 내뱉은 혼잣말은 비에 묻혀 사라졌다.
하늘로 녹아들 듯, 누구의 귀에도 닿지 않은 채.
◆
그날 밤, 오두막 안에 희미한 소리가 울렸다.
—딸랑.
—딸랑.
완성된 풍령이 창가에서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비에 섞여 들어오는 바람이 그 소리를 은은하게 연주했다.
이리스는 손을 멈추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운 소리였다. 아득한 기억 속에서, 같은 소리가 여름의 시작을 알리던 때가 있었다.
'이건 과거의 소리가 아니야. 미래에 있었던 거야.'
그때도, 이렇게 창가에서 울리고 있었다.
작은 방 안에서, 엄마가 문득 풍령을 바라보며 잔잔히 미소 짓고 있었다.
그 기억은 분명히 마음 깊이 새겨져 있었다.
“…이 소리, 알고 있었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이리스는 조심스럽게 풍령에 손을 댔다.
손끝에 전해지는 차가움과, 어딘가 먼 곳의 따뜻함.
그 감촉은 시간을 넘어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과거에서 보냈던 시간이…… 미래에도 제대로 남아 있었구나.”
작게 새어 나온 그 목소리는 풍령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흔들렸다.
◆
방 한구석에서, 라크스는 고개를 숙인 채 등을 돌리고 있었다.
풍령 소리는 그녀의 귀에도 닿고 있었다.
고요하고, 맑고, 어딘가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그런 울림이었다.
'이런 건, 분명 저 둘에게 어울려.'
반대로,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섬세한 작업도, 부드러운 시간도, 마치 이국의 것처럼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저 소리 속에 자신도 섞여 있고 싶었다.
그저 풍령 소리일 뿐인데, 그 울림이 어째서인지 마음 깊숙이 묻어둔 무언가를 쓰다듬는 듯했다.
비 내리는 밤, 아직 말로 담아낼 수 없는 감정은 잔잔한 물결처럼 가슴속을 조용히 흔들고 있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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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긴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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헠 진짜 새벽이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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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감성이에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