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의 약속 : 희생과 유대
숲은 긴 겨울을 벗어나, 계절이 몇 번 바뀌며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새순의 향기를 뿌렸다. 개울의 잔잔한 물소리가 이리스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졌지만,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은 그녀의 깊은 망설임을 조용히 비추었다. 그 겨울, 난로 불빛 아래에서 세 사람이 나눈 따뜻한 약속은 시간이 쌓이며 새 생명으로 피어났다. 오두막은 세월과 유대로 단단해졌지만, 이리스의 마음에는 다가올 선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오두막 안에서 이리스는 요람에 잠든 아기를 바라보았다.
남자아이의 붉은 눈동자는 이리스를 닮아 깊고 따뜻하게 빛났으며, 작은 동물 귀와 꼬리는 코르스의 특징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이리스는 아기의 손을 살짝 쥐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조용한 망설임이 어려 있었다.
아기의 고른 숨소리가 가슴 깊이 스며들었지만, 그 안에서 무거운 질문이 일렁였다.
‘이 아이는… 내 소원이자, 내 존재의 이유야.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이리스는 작게 숨을 내쉬며 아기를 바라보았다.
이 아기는 오랫동안 품어온 소원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그 소원이 이루어진 지금, 그 무게가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
코르스는 문가에 기대어 이리스와 아기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봄 햇살 같은 온기와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
창가에 선 라크스는 숲을 내다보며 꼬리를 살랑였다.
그녀는 이리스의 고요한 표정에서 미묘한 변화를 느꼈다.
“이 녀석, 코르스 네 귀랑 꼬리를 꼭 닮았네!”
라크스가 장난스러운 미소로 말했다.
“이름은 정했어? 뭐라고 부를 거야?”
이리스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비밀이야, 라크스.”
그녀는 아기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름… 마음속엔 이미 하나 떠올랐어.
하지만 지금은 이 아이에게만 들려주고 싶어.”
라크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코르스를 돌아보았다.
“코르스, 너는 알아? 이 녀석 이름?”
코르스는 요람에 시선을 두었다가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었다.
“나도 몰라. 이리스가 비밀이라잖아.”
그의 말끝엔 묘하게 부드러운 기운이 묻어 있었다.
라크스는 눈썹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둘 다 왜 이렇게 비밀스러워? 이름 하나쯤 알려줘도 되잖아!”
이리스는 작게 웃으며 요람 위로 손을 뻗었다.
“그래서 더 소중한 거야.”
그 순간, 그녀의 손끝에서 뇌석이 희미하게 빛났다.
이리스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가 고요히 가라앉았다.
뇌석은 따스하게 맥동하며 그녀의 결심을 감쌌다.
‘이 평화로움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아.
하지만... 이 평화가 잠깐이라도 내 곁에 머물렀으면 싶어.’
◆
며칠 동안 이리스는 홀로 숲을 걸으며 뇌석을 쥔 채 마음을 헤아렸다.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내가 여기 남으면, 라크스와 코르스의 미래가… 내 과거와 엇갈릴지도 몰라.”
그녀는 아기를 품에 안고 그의 작은 귀를 쓰다듬었다.
따뜻한 체온이 손끝에 전해지자, 가슴은 사랑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이 따스함이 내 전부를 채워.
하지만… 라크스와 코르스를 위해 이곳을 떠나야 해.”
눈을 감은 이리스의 마음속에 라크스의 웃음소리와 코르스의 조용한 손길이 번졌다.
그 기억들이 그녀를 붙잡았지만,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한 희생이 결심을 굳혔다.
‘이제 어리광을 부릴 수 없어. 라크스와 코르스에게 기대기보다, 내 길을 택해야 해.’
뇌석의 빛이 부드럽게 퍼지며 그녀의 결심을 따스히 응원했다.
◆
어느 밤, 난로의 불빛이 오두막을 따뜻하게 채웠다.
아기는 이리스의 품에서 평화롭게 잠들었고, 세 사람은 조용히 둘러앉아 있었다.
이리스는 뇌석을 만지작거리며 불꽃을 응시했다.
푸른 빛이 그녀의 손끝에서 은은히 퍼졌다.
“이리스, 요즘 좀 조용해. 무슨 생각해?”
라크스의 조용한 물음에, 이리스는 잠시 멈칫하다 고개를 들었다.
불빛 속에서 눈동자가 조용히 속삭이듯 빛났다.
“라크스, 코르스… 너희한테 할 말이 있어.”
코르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뭔데, 이리스?”
이리스는 뇌석을 꼭 쥐며 숨을 들이쉬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고, 품속의 아기를 더욱 꼭 안았다.
“너희와 함께한 시간, 정말 소중했어.
내가 원했던 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였는데,
이 아이 덕분에 그걸 이루었지.”
그녀는 아기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지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내가 여기 남으면, 너희의 미래가 어그러질지도 몰라.”
라크스는 벌떡 일어나 이리스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셋, 이렇게 함께 있는 게 좋다고 했잖아!”
라크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꼬리가 불안하게 흔들리며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너랑 이 녀석이 없으면… 우린 뭐가 되는데?
너흰 우리한테 가족이잖아, 이리스!”
이리스는 라크스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희가 날 믿어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그 믿음이… 이제 나를 떠나게 만드는 힘이야.”
코르스는 한참 침묵하다 낮게 물었다.
“이리스, 진심이야?”
그의 눈에 비친 뇌석의 빛은 지난 추억을 비추며 무거운 책임감을 더했다.
“너랑 이 아이는 우리 가족이야. 여기서 같이 지낼 수 있잖아.”
이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다.
“코르스, 고마워. 하지만 내 마음은 정했어. 이 아이와 난, 함께 미래로 돌아가야 해. 너희는 여기서 멋진 모험을 계속해야지.”
그녀의 눈빛은 단호했지만, 그 안의 슬픔은 감출 수 없었다.
◆
다음 날 밤, 숲 깊은 곳에서 세 사람은 달빛 아래에 서 있었다.
이리스는 아기를 안고 뇌석을 쥐었다.
달빛이 그녀와 아기를 비추자, 아기의 작은 귀가 살짝 흔들렸다.
코르스는 말없이 이리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푸른 빛은 함께한 시간들을 되살리며, 놓아주어야 한다는 결심을 무겁게 안겼다.
그의 손이 허공을 맴돌다 이리스의 어깨에 닿았다.
“이리스, 너랑 이 아이 잘 지내.
그리고 언젠가… 꼭 다시 찾아와.”
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와 함께한 시간은 내 마음속 깊이 간직할 보물이야.”
그녀는 아기를 내려다보며 속삭였다.
“이 아이는… 내 소원이자, 너희가 준 선물이야.”
라크스는 눈가를 훔치며 이리스를 끌어안았다.
“이리스… 속상해. 하지만 우리 우정은 변하지 않아. 꼭 다시 만나자.”
그녀의 꼬리가 떨리며 푸른 불꽃을 튀겼다.
이리스는 라크스의 품에서 웃으며 답했다.
“응, 약속할게.”
그리고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라크스, 네가 가르쳐준 믿음, 코르스, 네가 가르쳐준 필요한 존재의 의미, 절대 잊지 않을게.”
뇌석의 빛이 강해지며 이리스와 아기를 감싸는 광채가 숲을 채웠다.
빛은 별빛처럼 반짝이며 두 사람의 모습이 서서히 희미해졌다.
라크스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한 채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손끝이 본능적으로 뻗었지만, 허공을 스쳤다.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고, 떨리는 손에는 이별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코르스는 말없이 그 빛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뇌석의 푸른 잔상과 재회의 약속이 깃들었다.
◆
이리스와 아기가 떠난 후 오두막은 고요해졌다.
라크스와 코르스는 텅 빈 요람을 바라보며 서로를 의지했다.
숲을 걸으며 이리스의 미소와 아기의 작은 귀를 떠올렸다.
뇌석의 빛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따뜻한 목소리와 유대는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어느 날, 라크스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리스… 그 녀석이랑 잘 지내고 있겠지?
이름 하나 안 알려준 게 아직도 분해.”
코르스는 어항에 다가가 조용히 금붕어에게 먹이를 흩뿌렸다.
붉은 비늘이 물결 속에서 부드럽게 움직였다.
“응.”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리스라면 그 아이와 잘 지낼 거야.
우리도 멈추지 말자.
이리스가 돌아올 때까지, 우리만의 길을 걸어가야지.”
라크스는 어항의 금빛 반짝임을 바라보았다.
그 빛은 어딘가 이리스의 눈빛과 닮아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숲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비추는 그 길은 이리스와 아기의 흔적을 마음속에 되살렸고, 두 사람의 마음속에서 따뜻한 불꽃처럼 타올랐다.
새로운 모험과 추억,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이리스와의 재회를 마음에 품으며, 두 사람의 발자국은 고요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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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 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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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났군요 ㅠㅠ 이리스 거기서도 행복하게 잘 살아야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