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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파티는 나 빼고 다 폐급이다"

ND 2025.08.13 20:15 조회 수 :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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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파티는 나 빼고 다 폐급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처음에는 그냥 컨셉인 줄 알았는데 진심 또라이였다.

 

 

 

일단 말이 안 통해 이것들.

 

 

 

궁수는 지가 황제인지 뭔지 지껄이면서 말도 안 듣고, 성녀는 피를 보면 기절해서 힐도 안 해주고, 전사는 뭔 깡통 같은 걸 뒤집어 쓴 채 말 한 마디 안 한다. 다른 놈들은 짜증만 나는데 솔직히 얜 순수하게 무섭다. 진짜 소름끼쳐.

 

 

 

"죄, 죄송해요 용사님… 제가, 너무 미숙해서 그만…."

 

 

 

"됐어. 다음에 잘 하면 되지 뭐."

 

 

 

"하으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쓸모없어서 죄송합니다…."

 

 

 

"으으…."

 

 

 

오늘만 해도 그렇다.

 

 

 

멍청한 궁수 자식은 몬스터가 아닌 내 등짝에 화살을 날려 뻗었는데, 성녀는 또 쫄아서 기절한 탓에 과다출혈로 뒈질 뻔했다. 

 

 

 

참고로 전사는 내가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몬스터만 때려 잡고는 혼자 어디 처박혀서 보이지도 않았다.

 

 

 

떡라면 먹다 체해서 온 이세계라지만 너무한 거 아냐 이거?

 

 

 

"흥! 그러게 왜 짐의 앞을 가로 막아서는."

 

 

 

"내가 진짜 많은 거 안 바라는데, 제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하면 안 될까? 응?"

 

 

 

"짐이 뭘 잘못했는데?"

 

 

 

"제 등짝에 화살 갈기셔서 애먼 용사 하나 족칠 뻔 하셨죠?"

 

 

 

"참나, 그렇게 제 목숨이 아까우면 알아서 피해야 하지 않냐. 멍청하기는."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그래. 이제 좀 주제 파악하고 알아서 기크에엑!?"

 

 

 

"오늘 그냥 너 죽고 나 죽자 망할 빵집 딸내미 자식아아아아아아!!!"

 

 

 

"때, 때렸어! 이게 감히 짐을 때렸겠다! 네 녀석이야말로 처형이다 처형!!!"

 

 

 

결국 오늘도 서로 주먹질이나 하고 있다.

 

 

 

성녀는 볼 것도 없이 벌써 뻗었고, 전사는 저 멀리서 칼이나 만지작댄다.

 

 

 

젠장, 뭔가 싸할 때 파티 해산하고 버렸어야 하는데… 가슴 좀 크고 얼굴 반반하다고 데리고 다닌 내가 죽일 놈이다 진짜.

 

 

 

 

 

 

 

 

 

*

 

 

 

 

 

하여간 이 파티란 정말 짐 빼고는 다 폐급이니라.

 

 

 

짐이 사천왕 녀석들의 반란 때문에 힘을 잃고 이런 미약한 모습이 되지 않았으면 단숨에 먼지로 만들었을 텐데….

 

 

 

특히 용사란 녀석이 그렇다. 모반자를 해치우고 힘을 되찾기 위해 붙어 있긴 하다만, 어떻게 쓸모가 없는 건지 모르겠다.

 

 

 

당장 오늘만 해도 그렇다. 어떻게 용사란 게 화살 한 방에 뻗을 수 있단 거냐? 저거 진짜 용사는 맞는 게냐?

 

 

 

농이 아니라 지금의 짐은 정말 흔해빠진 마을 처녀와 다를 게 없단 말이다. 애초에 짐이 마왕이란 기억도, 몇 달 전에 간신히 떠올랐고 말이다.

 

 

 

하아, 위대하고 위대한 짐이 그런 하찮은 빵집의 처자로 십수년을 살았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노라.

 

 

 

이 굴욕을 하루라도 빨리 갚기 위해서라도 용사가 마왕성까지 가야 하는데.

 

 

 

"죄, 죄송해요 용사님… 제가, 너무 미숙해서 그만…."

 

 

 

"됐어. 다음에 잘 하면 되지 뭐."

 

 

 

"하으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쓸모없어서 죄송합니다…."

 

 

 

"으으…."

 

 

 

저 얼빠진 면상 좀 보라지.

 

 

 

짐이 모를 줄 아느냐? 용사 네 녀석, 관대한 척은 다 하면서 성녀 자식의 젖가슴에 온 시선이 쏠려 있구만.

 

 

 

대체 저 쓸모 없는 젖소 자식은 왜 데리고 다니나 했더니, 저딴 파렴치한 이유 하나였다.

 

 

 

이래서야 믿을 건 저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는 양철깡통 하나 아니냐. 

 

 

 

따지고 보면 저것도 꺼림칙하고 기분 나쁜 건 매한가지다만… 다른 녀석들이 너무 한심해서 어쩔 수가 없느니라. 

 

 

 

아아 정말 암울하구나, 짐의 앞날이 저 약해빠진 변태 자식에게 달려 있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용사라고 따라 붙는 게 아니라 빵이나 더 구울 걸 그랬나. 솔직히 딱히, 힘든 건 아니었는데.

 

 

 

"흥! 그러게 왜 짐의 앞을 가로 막아서는."

 

 

 

"내가 진짜 많은 거 안 바라는데, 제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하면 안 될까? 응?"

 

 

 

한창 남의 가슴을 시간하던 변태가 지 잘난 얼굴을 한 채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 그래. 이번엔 나로 음흉한 욕망을 해소하러 온 거겠지? 

 

 

 

"짐이 뭘 잘못했는데?"

 

 

 

"제 등짝에 화살 갈기셔서 애먼 용사 하나 족칠 뻔 하셨죠?"

 

 

 

"참나, 그렇게 제 목숨이 아까우면 알아서 피해야 하지 않냐. 멍청하기는."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정곡을 찔렀는지 용사 녀석은 쓸데없이 폼을 잡으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뭐 하는 짓인 게냐 저거. 마왕성의 광대들도 저 지경은 아니었건만.

 

 

 

"그래, 그래. 이제 좀 주제 파악하고 알아서 기크에엑!?"

 

 

 

"오늘 그냥 너 죽고 나 죽자 망할 빵집 딸내미 자식아아아아아아!!!"

 

 

 

"때, 때렸어! 이게 감히 짐을 때렸겠다! 네 녀석이야말로 처형이다 처형!!!"

 

 

 

─이라고 생각한 찰나 또, 또, 또 짐의 용안에 손찌검을 하다니!!!!

 

 

 

아아 이제 정말 나도 못 참는다! 그냥 이 변태 자식을 내 손으로 끝장내고 다음 용사 떨어질 때까지 엄마 집에서 빵이나 구울 거다!!

 

 

 

얼굴 좀 잘생기고 키 좀 크면 뭐 해! 이딴 약해빠지고 쓸모없는 파티 필요 없다!!

 

 

 

 

 

 

 

*

 

 

 

저희 파티는… 유감이지만 정말 쓸모 없는 폐급이에요….

 

 

 

그래서 제가 싫다고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폐하가 스파이 임명했을 때 튀는 거였다구요….

 

 

 

으으, 뭐가 쉽고 간단한 임무예요…? 저 용사, 아무리 독을 타고 저주를 걸고 함정을 파도 죽지를 않아요….

 

 

 

"죄, 죄송해요 용사님… 제가, 너무 미숙해서 그만…."

 

 

 

"됐어. 다음에 잘 하면 되지 뭐."

 

 

 

"하으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쓸모없어서 죄송합니다…."

 

 

 

"으으…."

 

 

 

게, 게다가… 왜 하필 성녀냐고요… 우리 왕국 성녀들은 하나 같이 노출증 걸린 변태 소리 듣는 거 다 알면서, 이딴, 파렴치한 차림으로 쏘다녀야 하다니이…

 

 

 

진짜, 너무, 미치겠어요 진짜… 지, 지금도 저… 제, 제 가슴만 보고 있잖아요…! 누, 누가 모를 줄 알아요…!? 히익, 지금도, 이, 입맛 다시고 있어…!

 

 

 

진짜 왜 안 죽는 거야 저거…!? 다른 용사들은, 다, 사흘도 못 버텼다면서…!

 

 

 

"흥! 그러게 왜 짐의 앞을 가로 막아서는."

 

 

 

"내가 진짜 많은 거 안 바라는데, 제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하면 안 될까? 응?"

 

 

 

용사만 그런 게 아니에요… 저 머리 꽃밭 궁수도 그래요… 뭐예요 대체, 그렇게 용사를 쏘면 좀 죽여보라구요…! 

 

 

 

처음에 제가 얼마나 기대했는 줄 알아요…? 그, 근데 매번 삑살이나 내고, 솔직히 실력도 별로 안 좋으면서 왜 따라 붙어서는…! 방해만, 된다고요 진짜…! 

 

 

 

"짐이 뭘 잘못했는데?"

 

 

 

"제 등짝에 화살 갈기셔서 애먼 용사 하나 족칠 뻔 하셨죠?"

 

 

 

"참나, 그렇게 제 목숨이 아까우면 알아서 피해야 하지 않냐. 멍청하기는."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그래. 이제 좀 주제 파악하고 알아서 기크에엑!?"

 

 

 

"오늘 그냥 너 죽고 나 죽자 망할 빵집 딸내미 자식아아아아아아!!!"

 

 

 

"때, 때렸어! 이게 감히 짐을 때렸겠다! 네 녀석이야말로 처형이다 처형!!!"

 

 

 

아아 몰라, 저주나 걸 거예요… 죽어라, 제발 저러다 그냥 둘 다 죽어라아…!

 

 

 

맨날 혼자 틀어 박혀서 칼만 만져대는 전사는 뭐, 저 둘만 죽으면 알아서 떠날 거예요… 그럼 저도, 맨날 피만 보면 하와와거리는 병약 머저리 연기도 안 해도 될 테고, 이 천박한 변태 차림이랑 명줄만 질긴 용사랑 정신 나간 궁수 같은 거랑은 영원히 작별이에요…! 쿨하고 멋진 제국 암살단으로 돌아가는 거라구요…! 

 

 

 

 

 

 

 

*

 

 

 

이 파티는 나를 제외하곤 전부 폐급이다.

 

 

 

당연한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멸망을 앞둔 행성이 쥐어짠 최후의 희망이란, 아무리 간절해도 덧없는 것이니까.

 

 

 

"죄, 죄송해요 용사님… 제가, 너무 미숙해서 그만…."

 

 

 

"됐어. 다음에 잘 하면 되지 뭐."

 

 

 

"하으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쓸모없어서 죄송합니다…."

 

 

 

"으으…."

 

 

 

하지만, 아무리 미약한들 희망은 희망이다.

 

 

 

지금의 이 평화로운 일상은 잠시나마 무거은 사명으로부터 눈을 돌리게 해준다.

 

 

 

물론 알고 있다.

 

 

 

결과가 어떻든 나는 이들과 남지 못 하겠지.

 

 

 

별의 항체로 빚어진 나의 결말은 결국 소멸 뿐이다.

 

 

 

멸망의 근원을 제거하면 맡은 역할을 다했기에, 멸망의 근원에게 스러지면 주어진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에.

 

 

 

"흥! 그러게 왜 짐의 앞을 가로 막아서는."

 

 

 

"내가 진짜 많은 거 안 바라는데, 제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하면 안 될까? 응?"

 

 

 

"짐이 뭘 잘못했는데?"

 

 

 

"제 등짝에 화살 갈기셔서 애먼 용사 하나 족칠 뻔 하셨죠?"

 

 

 

"참나, 그렇게 제 목숨이 아까우면 알아서 피해야 하지 않냐. 멍청하기는."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기에 나는 말없이 지켜보기만 한다.

 

 

 

덧없는 생명의 웃음소리를 듣고 철없는 청춘의 곁에 머문다.

 

 

 

너무나 약한 나의 동료들. 무엇 하나 잘 하는 것이 없는, 세상이 폐급이라고만 부르는 존재들의… 소중한 하루를 함께 보낸다.

 

 

 

"그래, 그래. 이제 좀 주제 파악하고 알아서 기크에엑!?"

 

 

 

"오늘 그냥 너 죽고 나 죽자 망할 빵집 딸내미 자식아아아아아아!!!"

 

 

 

"때, 때렸어! 이게 감히 짐을 때렸겠다! 네 녀석이야말로 처형이다 처형!!!"

 

 

 

이런 나날을 위해 안 그래도 부족한 내 힘을 저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옳은 일일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용사는 몇 번이고 죽을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테고, 구심점을 잃은 이 파티는 그대로 무너지겠지.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이미 나는 마음을 굳혔다.

 

 

 

별의 항체이기 이전에, 나는 이들을 지키는 파티의 전위다.

 

 

 

설령 나의 선택으로 주어진 멸망의 미래를 비켜나가지 못한다 한들─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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