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Story) 시간의 성역 : 현실과 허상
겨울의 숲은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를 흐르며 낮게 울었고, 가지 끝 얼음 결정은 희미한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발아래 눈은 부드럽게 푹 꺼졌고, 그 아래 단단한 대지가 이리스를 받아들였다.
얼어붙은 공기 속에 젖은 이끼와 희미한 재 냄새가 그녀의 숨결을 채웠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그 풍경 속에서 미묘하게 흔들렸다.
이리스는 품 안의 아기를 내려다보았다.
작고 따뜻한 숨결이 손끝에 닿았다.
그 미세한 온기가 이곳이 현실임을 증명했다.
시선을 들어 안개 너머를 보았다. 나무들 사이, 반쯤 묻힌 오두막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라크스와 코르스, 그리고 자신이 함께 머물던 집이었다.
한 걸음 내딛자 눈이 부드럽게 무너지고, 바람이 옷자락을 스쳤다.
발 아래의 흙과 나무 냄새는 기억 속 그대로였다.
그러나 오두막에 가까워질수록 익숙함은 점점 빛을 잃었다.
지붕은 한쪽이 내려앉고, 벽은 반쯤 무너진 채 바람을 들였다. 창문 틀에는 유리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따뜻했던 난로의 불빛은 잿빛 침묵으로 바뀌었고, 바람이 틈새를 통과하며 낮고 길게 울었다.
그 소리가 낯설 만큼 쓸쓸했다.
손끝이 떨렸다.
품 안의 아기가 칭얼대자 정신을 차렸지만, 눈앞의 황폐한 집은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시간이… 이어지지 않았어.”
희망이 무너지며, 눈물이 얼어붙은 돌바닥 위로 떨어졌다.
싸늘함이 발끝에서 심장 깊이까지 스며들었다.
이리스는 무너진 오두막 안으로 들어섰다.
차가운 달빛이 깨진 창틀 사이로 스며들어 바닥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그림자는 과거의 온기를 부정했다.
한때 웃음으로 가득했던 오두막은 이제 바람만 스며드는 적막 속에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아기의 부드러운 귀를 쓰다듬으며, 기도하듯 속삭였다.
“너만 있으면… 난 살아갈 수 있어.”
목소리는 사랑으로 떨렸지만, 부서진 과거를 붙잡으려는 절박함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가슴 한켠으로 믿고있었다.
미래로 돌아가면, 이 오두막에서 라크스와 코르스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황폐한 집은 냉정했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았다.
시간은 선형으로 흐르지 않았다.
사랑하던 라크스와 코르스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었다.
그 기억은 그녀의 어깨 위에 얹힌, 결코 벗을 수 없는 무게였다.
그녀는 이 곳에 머물겠다고 결심했다.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이 아기를 오직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로 했다.
외부의 시선도, 타인의 말도, 사회의 질서도 더 이상 필요 없었다.
아기를 끌어안고 속삭였다.
“나만의 소중한 아가, 네 이름은… 코르스야.
이제 아무도 너를 뺏지 못해.”
그 아기에게 잃어버린 코르스의 모습을 겹쳐 놓았다.
작은 손의 온기, 고른 숨소리, 미세한 떨림 하나하나를 통해 잃어버린 코르스를 되살리려 했다.
그러나 공허함은 더 깊어졌다.
이 아기는 그녀가 잃은 코르스가 아니었다.
어떤 사랑도, 어떤 집착도 그 사실을 바꿀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이 코르스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되살리려 했다.
“코르스… 너만 있으면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속삭임은 달빛 속으로 스며들었다.
과거의 따뜻한 광휘 대신, 차갑고 무심한 달빛만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며 뒤틀린 갈망을 드러냈다.
세상과의 연결을 하나씩 끊었다.
오두막은 깊은 고립의 성역이 되어갔다.
아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서로만 있으면 돼.
이 황폐한 곳에서도 너와 내가 함께라면 충분해.”
그 말은 주문처럼 반복되었다.
코르스의 숨소리가 적막을 채웠다.
눈을 감고 코르스를 안았다.
그 품은 따뜻했지만, 현실의 온기는 아니었다.
갈망은 코르스에게 그림자를 드리웠지만, 그녀는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평화를 느꼈다.
그를 품을 때마다 완전해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 아기는 과거의 코르스가 아니었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외면했다.
대신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잃어버린 세계를 흉내 냈다.
세상은 무너진 기억 위에 쌓인 허상이었다.
그러나 그 허상이 그녀가 버티는 유일한 이유였다.
오두막은 성역이 되었고, 차가운 달빛과 코르스의 숨결만이 그곳을 채웠다.
코르스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사랑이자 절망, 부정이자 기도였다.
“코르스… 너는 나만의 거야. 영원히.”
◆
시간은 오두막 속에서 흐릿하게 흘렀다.
이리스는 부서진 벽에 나무판을 덧대고, 바람이 새던 창틀에 천을 걸었다.
낡은 난로에 불을 피우고, 지붕의 구멍을 메워 달빛을 차단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오두막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세계는 작고 고립되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온기와 숨결이 깃들었다.
코르스가 처음으로 '이리스'라고 부르며 손을 뻗던 날, 그녀는 무너진 지붕 아래에서 그를 끌어안았다.
세월이 흐르며 코르스는 자랐다.
그는 이리스와 함께 겨울 숲을 헤매며 사냥과 약초 채집을 익혔다.
하루하루를 함께 보내며, 그의 손과 마음은 점점 그녀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갔다.
그들의 하루는 조용한 일상으로 채워졌다.
코르스는 그녀의 손길과 속삭임 속에서 자랐고, 그의 미소는 기억 속 코르스와 겹쳤다.
그러나 때로 그의 눈빛은 낯설었다.
이리스의 갈망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그것을 그녀는 사랑이라 불렀다.
그 사랑이 오두막을 채웠다.
차가운 밤, 달빛이 부서진 창틀 사이로 스며들었다.
코르스는 곁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눈은 붉은빛 안개처럼 깊었고, 그 안에는 헌신과 순간적인 망설임이 스쳤다.
그는 낮게 말했다.
“이리스, 너는 내 세상이자 내 전부야.”
그 말에 가슴이 녹아내렸다.
그녀는 코르스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부드럽고 절박한 입맞춤이었다. 사랑이자 갈망이었다.
코르스는 그녀를 끌어안는다.
그의 체온은 오두막의 차가움을 녹였다.
달빛은 부드럽게 그들의 얼굴을 감싸 안으며 고립된 성역을 은은한 온기로 채웠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불완전했다.
이리스의 갈망은 코르스를 기억 속에 가두려 했고, 그의 헌신은 그녀의 집착에 묶였다.
품에서 완전함을 느꼈지만, 그것은 허상에 불과했다.
세상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코르스의 숨결은 그녀가 잃은 모든 것을 대신했다.
그를 단단히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코르스… 영원히 내 곁에 있어줘.”
그는 응시하며 미소 지었다.
눈빛은 고정되었고, 손은 놓지 않았다.
“응, 영원히 함께야, 이리스.”
그 말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입가에 번진 미소는 현실이 아닌 꿈속의 표정이었다.
달빛은 그들을 비추며, 사랑이 얼마나 강렬하고도 취약한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오두막은 성역이었고, 그 안에서 서로만 있었다.
시간은 멈추었고, 세상은 사라졌으며, 오직 이리스와 코르스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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