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불빛 : 우정과 연심
밤의 오두막은 깊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
난로의 붉은 불빛이 벽과 바닥을 부드럽게 비추며 세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흔들고 있었다.
장작이 탁 소리를 내며 타오르고 불꽃의 작은 입자들이 난로 깊은 곳에서 반짝였다.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없었고 창문 너머로 나뭇잎 스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벌레 소리마저 멀리 녹아들어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이리스가 벽난로의 불꽃을 응시하다가, 문득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기, 라크스. 잠깐 밖에서… 산책하지 않을래?”
가볍게 들린 목소리였지만, 그 눈빛 속에는 어딘가 흔들리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
라크스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밖이라면, 숲속 쪽 말이야?”
“응. 장작 냄새 때문에 머리가 좀 멍해져서… 바람을 좀 쐬고 싶어.”
말투는 자연스러웠지만, 시선은 살짝 코르스를 피하고 있었다.
“뭐, 상관없긴한데…”
라크스가 천천히 일어서자, 이리스는 안도하듯 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문 쪽으로 향했고, 나무 마루 위 발소리가 삐걱이며 멀어졌다.
코르스는 난로 앞에 홀로 남아, 두 사람의 뒷모습을 한동안 눈으로 좇는다.
문을 열자, 차가운 밤공기가 뺨을 스쳤다.
두 사람의 발소리가 축축한 흙을 밟을 때마다 미묘하게 가라앉았다.
나뭇가지의 그림자가 달빛에 흔들렸고 멀리서 부엉이가 울었다.
숲 깊은 곳, 나무들 사이에서 이리스와 라크스는 걸음을 멈췄다.
희미한 달빛만이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시선을 마주칠 듯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 말하려다, 목구멍 깊숙이 삼킨다.
그런 침묵은 어색하면서도, 깨뜨리기 아까운 섬세함으로 감돌았다.
그리고, 그 고요를 깬 건 이리스였다.
“…있잖아…계속 말하고 싶었던 게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확고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라크스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달빛 아래 흔들리는 그 눈동자에는 망설임보다 강인함이 깃들어 있었다.
“여름 축제에서… 네가 나와 코르스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봤는지, 알고 있었어.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었어.”
잠시 숨을 고른 뒤, 이리스는 말을 잇는다.
“하지만, 난… 외면했어. 네가 베푼 다정함에 기대서, 모른 척하고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 버렸어.”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높았고, 불안을 감추려는 듯 떨리고 있었다.
“미안해. 계속… 마음 한구석에서 네가 조금 외로워 보인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어.”
라크스는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표정에는 원망의 기색은 없었다. 그저 조용히,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코르스를 좋아한다는 걸, 나 스스로도 아직 확실히 몰랐던 그때…
가장 먼저 등을 밀어준 건, 다름 아닌 라크스였어.”
“너에겐 뭐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가장 중요한 것만은 말하지 못했던 것 같아.”
“그래서, 지금 이렇게라도 전하고 싶었어. 네가 곁에 있어줘서… 정말 든든했다고.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이리스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작게 미소 지었다. 달빛에 비친 눈가에는 희미한 눈물 자국이 반짝였다.
다시 찾아온 정적. 하지만, 그건 아까의 어색한 침묵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는 시간이었다.
이윽고, 라크스가 가볍게 웃었다.
쑥스러운 듯, 어색한 듯, 그러나 어딘가 다정한 웃음이었다.
“…정말이지, 너는 너무 솔직하다니까.”
그 목소리는 숲의 고요 속에 스며드는 듯 낮게 흘렀다.
라크스는 코로 작게 웃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쉰 숨이 하얗게 녹아들어 별들 사이로 사라졌다.
“딱히, 난 외로웠던 게 아니야… 너희가 행복해 보이면, 그걸로 됐다 싶었지.”
“그리고, 나에 대한 건 나중이어도 된다 생각했으니까 말이야.”
말을 내뱉자, 시선을 내리깔며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래도… 고마워. 그렇게 말해주니까, 왠지 조금 구원받은 기분이야.”
이리스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안도한 듯 부드럽게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은 어딘가 순수하고 온화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있던 말의 장벽은 달빛 아래 조용히 녹아내렸다.
숲속 깊은 곳에서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달빛이 나무 사이를 흘러 땅 위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그림자 중 하나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코르스였다.
이리스가 시선을 피한 순간, 가슴 속에 작은 동요를 느낀 그는 어느새 오두막 불빛을 벗어나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조용히 쫓아오고 있었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나무들 사이에 우두커니 선 그의 귀에 이리스와 라크스의 대화가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예전엔, 라크스와 몇 번이나 웃으며 함께했었어.'
약초를 채집하던 날도, 모닥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밤도, 말없이 나란히 걸었던 강가도. 그리고, 전장에서 서로의 등을 맡겼던 순간도.
그 모든 순간이 가슴 깊은 곳에서 따뜻하게 되살아났다.
'나는 저 녀석에게… 몇 번이나 구원받았던 거야.'
이리스를 향한 마음은 변함없다. 그녀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긴다.
하지만, 라크스가 있었기에 웃을 수 있었다.
라크스가 있었기에 이리스와 마주할 수 있었다.
'라크스가 없으면, 오두막이 어쩐지 쓸쓸하게 느껴졌던 건…'
그 감정은 우정이라 하기엔 뜨거웠고, 사랑이라 부르기엔 아직 선명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특별함’이었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건, 동시에 다른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대로… 어떻게 해야 하지?'
이리스를 향한 마음과 라크스를 향한 감정.
어느 것도 부정할 수 없고, 어느 쪽으로도 나아갈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분명히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싹트고 있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감정이 이제야 선명한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달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들어 코르스의 얼굴을 비췄다.
떨리는 입술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밤의 숲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적 속에서 가슴에 피어난 작은 불씨는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그 끝에 있는 답을 조용히 기다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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