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눈꽃 : 포옹과 떨림

 

겨울 햇살이 숲의 나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차갑게 언 공기 위에 금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낮의 숲은 고요했고, 멀리서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으며, 매서운 바람이 가지를 흔들 때마다 눈송이가 반짝이며 떨어졌다.

오두막 앞의 그루터기에 앉은 라크스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서늘한 기운 속에서 땅바닥만 응시했다. 그녀의 꼬리가 불안하게 살짝 흔들리며 마음의 동요를 드러냈다. 머릿속은 떠나지 않는 어떤 장면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날 밤 눈앞에서 본 광경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몇 번이고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요동쳤고,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때, 이리스가 오두막 모퉁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오며, 햇빛에 반짝이는 머리카락과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라크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계속 고민하는 것처럼 보여…”

 

깜짝 놀라 어깨를 떨며 고개를 든 라크스는 이리스가 말한 ‘고민하는 것’ 이 자신의 감정을 가리킨다는 걸 즉시 알아차렸다.

 

“…으, 응…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그때… 이리스, 너 행복해 보이더라… 부러웠어. 나도 곁에 있고 싶었어…”

 

이리스는 그루터기 옆에 앉아 라크스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그럼…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거야.”

 

라크스는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해… 난… 계속 동료로서 함께 였는데… 이런 감정을 말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그 목소리는 바람을 타고 오두막 뒤에서 나타난 코르스에게 전해졌다. 코르스는 장작을 안은 채 멈춰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놀란 기색이 스쳐갔지만, 곧 차분한 눈빛으로 라크스를 향했다.

 

“…라크스, 네 마음… 나도 알고 싶어. 숨기지 않아도 돼.”

 

라크스는 순간 숨을 멈추고,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있잖아, 코르스… 나, 쭉 널… 동료 이상으로 신경 쓰고 있었어…!”

 

코르스는 붉은 눈동자로 라크스를 조용히 바라보더니,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라크스…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해줬구나...”

 

라크스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며 가슴의 두근거림과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코르스는 살짝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기분은 아니야. 나도 이렇게 오래 함께 있었으니,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

 

라크스는 어깨의 힘을 조금 풀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정말… 괜찮은 거야?”

 

코르스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원한다면. 나도 제대로 마주할게.”

 

◆

 

해가 저물며 숲은 서서히 어둠에 잠겼다. 오두막 안으로 들어온 세 사람은 난로 곁에 모여들었다. 밤이 깊어지자 숲은 깊은 정적에 휩싸였고, 눈이 소리 없이 쌓였다. 오두막 창문으로는 달빛이 은은하게 스며들었고, 하얗게 쌓인 눈이 방 안을 희미하게 비췄다. 난로의 붉은 불꽃이 탁탁 소리를 내며 타오르며, 공기는 따뜻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품었다.

 

세 사람은 침대에 몸을 붙였다. 난로의 불빛과 창문으로 스며든 눈빛이 방 안을 부드럽게 채운다. 서로의 체온이 얽히며, 고요한 심장 박동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이리스가 라크스의 볼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괜찮아 라크스, 여기선 솔직해져도 돼.”

 

그 말에 용기를 얻은 라크스는 굳게 쥐었던 주먹을 풀고, 떨리는 손으로 코르스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얽히며 따뜻한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가슴까지 퍼졌다. 그 따스함에 이끌리듯, 입술이 조심스럽게 가까워졌고, 곧 부드럽게 맞닿았다.

 

처음엔 어색했던 입맞춤이 점차 깊어지며 숨결이 뒤섞였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퍼졌고, 온몸이 떨리듯 설렜다. 이리스의 손이 부드럽게 등을 어루만졌고, 코르스의 단단한 팔이 안정감 있게 그녀를 감쌌다. 라크스는 그 온기에 몸을 맡겼다.

 

코르스의 체온이 깊게 전해지자, 라크스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떨었다. 그녀의 꼬리가 파르르 흔들리며 코르스의 허리를 스쳤다. 그 묘한 따뜻함에 코르스가 잠깐 멈칫하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라크스를 깊이 품에 끌어당겼다... 그의 손이 라크스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자, 그녀의 꼬리가 살짝 떨리며 코르스의 허리를 휘감았다. 그 은은한 느낌에 코르스는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라크스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뭐, 뭐야 이거… 뜨거워… 앗!”

 

그녀는 솔직한 감각을 입 밖으로 내고는 금세 귀까지 붉어졌다.

 

이리스는 작게 웃으며 부드럽게 라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나도 처음엔 당황했어. 그냥 코르스한테 몸을 맡겨봐.”

 

라크스는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하, 하지만… 힘이 빠져서, 잘… 못… 읏”

 

코르스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라크스, 억지로 참지 마. 그냥 네가 느끼는 대로 따라가.”

 

라크스는 입술을 깨물며 넘치는 감정을 억누르려다 작게 숨을 내뱉었다.
“앗, 안 돼… 이거… 기분 좋은데, 괴로워…! 대체 뭐야 이게…!”

 

이리스가 손을 꼭 잡으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바로, 이어진다는 거야. 함께니까, 두려울 거 없어.”

 

코르스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라크스의 이미에 자신의 이마를 살짝 맞댔다.
그의 손이 라크스의 등을 살그머니 쓰다듬자, 그녀의 꼬리가 떨리며 코르스의 허리를 다시 한 번 감는다.

“라크스, 너 정말 솔직하구나.”

 

라크스는 얼굴을 붉히며 툴툴거렸다.
“시끄러워…! 근데… 이거 멈추질 않아…!”

 

세 사람의 열기가 하나로 얽히며, 라크스는 코르스의 가슴에 몸을 기댔다. 감정의 파도가 밀려왔고, 혼란스러우면서도 그 뜨거움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아… 이렇게… 따뜻하고… 기분 좋…!"

 

이리스가 코르스의 품에 볼을 기대며, 촉촉한 눈으로 라크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우리 같이… 가자?”

 

세 사람의 온기가 하나로 얽히며 따스함이 점점 더 깊어졌다.
라크스는 숨소리를 억누르려 애썼지만, 결국 한계를 넘어 솔직한 감정을 터뜨렸다.

“이제 못 참아…! 이상한데… 더 느끼고 싶어…”

 

◆

 

잠시 후, 흐트러진 호흡이 가라앉자, 라크스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하아… 이게 뭐야… 아직도 가슴이 이상하게 뛰어…”

 

이리스가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그건 말야… 행복이란 거야.”

 

코르스도 두 사람을 팔로 안은 채 낮게 속삭였다.
“라크스… 이제 넌 혼자가 아니야. 나도, 이리스도 있어.”

 

이리스는 코르스의 팔에 몸을 기대며, 부드럽게 웃었다.
“앞으로, 어떤 때에도, 이렇게 셋이 함께할 수 있어.”

 

라크스는 쑥스러워하며 눈을 내리깔았지만, 살짝 미소를 띠었다.
“…정말이지, 얄미운 녀석들이야… 하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면, 나쁘진 않아.”

 

난로의 불꽃이 작게 튀며, 눈빛과 어우러진 밤의 정적 속에서 세 사람의 마음은 확실히 이어졌다.

라크스는 눈을 감고, 이 안정감이 계속되기를 조용히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