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의 문 : 과거와 미래
눈은 고요히 숲 위에 내려앉고 있었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며 속삭이는 언덕 아래, 낡은 오두막이 서 있었다.
세월은 그 지붕을 기울게 하고, 벽을 갈라지게 했으며, 문은 녹슨 경첩에 기대어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곳에는 오래전 함께 웃던 날들의 온기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삐걱거리는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과, 벽을 타고 자란 이끼, 창틀 위에 소복이 쌓인 눈까지
모든 것이 세 사람의 시간을 조용히 간직한 채 숨 쉬고 있었다.
마치 오두막 자체가 그들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이리스는 조심스레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녹슨 금속이 낮게 울리며 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감쌌다.
그 냉기 속에서도, 그녀는 희미하게 남은 따스함을 느꼈다.
문틈으로 스며든 빛이 내부의 먼지를 비추자, 공기 속에서 아득한 기억의 파편들이 흩날렸다.
모닥불의 재 냄새, 라크스가 장난스레 던지던 장작의 파편, 코르스가 벽에 새겨두었던 측량의 자국.
그 모든 흔적이 그녀의 손끝을 타고 되살아났다.
이리스는 문틀에 손을 얹은 채, 고요히 숨을 고르며 기억의 파도에 몸을 맡겼다.
“……역시, 내가 여기서 살았었구나.”
그 한마디가 공기 속에 흩어지자, 어딘가에서 라크스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와 코르스의 낮고 따뜻한 웃음이 들려오는 듯했다.
그 소리들은 그녀의 가슴을 울렸고, 잊힌 시간들이 조용히 되살아났다.
이리스는 벽을 어루만지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거친 나무결 아래로 한때 사랑받았던 기억이 고동쳤다.
그녀는 품 안의 아기를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이 아이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작은 증거이자, 그녀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이유였다.
‘이제 돌아가자. 그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눈은 쉼 없이 내리고 있었다. 이리스의 발자국은 눈밭을 헤치며, 그녀와 아기를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갔다.
◆
세레니아 마을 외곽, 숲의 향이 희미하게 남은 작은 집.
이리스는 품 안의 아기를 안고 그 앞에 섰다.
문 위에는 코르스가 새겨둔 날개 모양의 장식이 걸려 있었다.
그 장식을 보자, 이리스의 가슴에 그들과 함께했던 따뜻한 날들이 스쳐갔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이리스는 작게 속삭이며 문고리를 잡았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그녀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문을 두드리려던 손이 잠시 멈췄다.
품 안의 아기가 작게 몸을 뒤척이며 따뜻한 체온을 전했다. 이리스는 아기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는 문을 두드리기 전, 잠시 눈을 감았다. 이 문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엄마의 웃음? 아빠의 따뜻한 눈빛? 아니면, 그녀가 떠난 후 변해버린 그들의 낯선 얼굴일까?
“열려 있어.”
익숙한 목소리가 안쪽에서 들려왔다. 세월의 먼지를 뚫고, 단 한 번에 심장을 울리는 소리.
이리스의 눈이 커졌다.
문이 천천히 열리자, 라크스가 서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지난 시간 동안 쌓인 성숙함과 차분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변치 않은 장난기와 따뜻함이 있었다.
라크스는 이리스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마치 지난 겨울의 난로불처럼 따뜻했다.
“이리스……! 어서 와.”
“……나, 돌아왔어.”
이리스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 한마디에 라크스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말없이 이리스를 끌어안았다. 서로의 체온이 달라졌음에도 포옹 속에는 옛날과 같은 진심의 온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리스?”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이리스가 고개를 돌리자, 문 너머에 코르스가 서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오래된 그리움이 섞여 있었다.
코르스의 시선이 자연스레 품 안의 아기에게 닿았다.
작은 귀와 꼬리, 모든 것이 코르스를 닮아 있었다.
숨이 멎는 듯한 순간,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감정이 서서히 깨어났다.
떨리는 손끝이 아기의 머리카락을 스치자, 그동안 억눌려 있던 그리움과 사랑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리고 천천히, 진심을 담아 말했다.
“돌아와 줘서…… 고마워.
이리스, 그리고...... 시티아.”
그 이름이 공기 속에 울리자, 이리스는 숨이 멎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라크스도 문 옆에서 숨을 삼키며 코르스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시티아를?”
이리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 알고 있었던 거야?”
라크스의 목소리는 놀라움과 깊은 안도감으로 부드럽게 떨렸다.
코르스는 미소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들의 눈에는 서로를 잃지 않았다는 안도와 다시 하나가 된 시간의 따뜻함이 가득했다.
눈발이 조용히 흩날리는 가운데, 라크스는 미소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들의 유대는 사라지지 않았다.
모든 이별과 희생은 결국 이 순간을 위한 연결의 고리였다.
이리스는 눈을 감고 속삭였다.
'그래…… 다 이어져 있었구나. 과거와 미래가.'
난로에 불이 다시 타올랐고, 창밖의 눈은 천천히 멎어가고 있었다.
그날의 눈 속에서 세 사람의 시간이 하나가 되었다.

Bonus
■ 이리스의 떠남 (라크스 시점)
모닥불의 잔불이 작게 숨을 쉬듯 피어올랐다.
타버린 재가 바람을 타고 밤하늘로 흩날린다.
숲 가장자리에 서서, 나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 두 그림자.
이리스와 코르스, 딸과 남편.
하지만, 그 거리감은 가족이라 하기엔 너무 가까웠고, 그래서 더욱 아팠다.
이리스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무엇을 말하는지는 들리지 않아도 나는 알 수 있었다.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감정.
말로 꺼내면 아마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떨리는 소망.
그 어깨가 너무도 가늘게 보였다.
'……말했구나.'
바람이 두 사람의 목소리를 삼켜버린다.
하지만, 내 안에는 확신만이 남았다.
이리스는 그 붉은 눈으로 모든 것을 내보였다.
바래선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내밀어 버린 마음을.
그 순간, 코르스의 어깨가 살짝 흔들렸다.
아무 말 없이 그저 서 있었다.
그리고, 이리스가 혼자 걸어 나갔다.
'……거절했구나.'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몰랐다.
시간의 흐름을 지키기 위해 거절해야만 했을지도 몰랐다.
그가 믿은 건 지금의 자신이 아닌 과거의 자신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것이 옳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리스의 소망이 아무리 왜곡되어 있어도,
그 안에는 누군가에게 선택받고, 사랑받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
그것뿐인데.
'왜……왜 아무도 그 아이를 구해주지 못하는 거야?'
발걸음 소리.
이리스가 내 앞을 지나쳐 간다.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 눈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이미 아무도 믿지 않는 눈이었다.
나는 숨을 삼켰다.
말을 걸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리스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녀가 선택한 길을 막을 수 없다는 무력감이 나를 짓눌렀다.
가슴 속 깊이 타들어가는 듯 아팠다.
'……나로는 닿지 않는 걸까?'
과거, 그 아이의 손을 잡고 곁에 있어준 것은 분명히 나였다.
그래도 지금, 여기 있는 난, 엄마로서의 난, 그 아이의 마음에 닿을 수 없는 걸까.
"……지금의 나로는 안 되는 거야?"
속삭인 목소리는 밤바람에 흩어졌다.
그리고 그 바람이 마치 이리스의 등을 조용히 밀어주는 듯 보였다.
과거를 살아가기로 선택한 소녀의 작은 등은 조용히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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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축하드려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